일본 정부가 24일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동원돼 차별받은 사실을 언급하지 않자, 정치권 내 '외교 참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에 휩싸였던 일본 정부 인사가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정부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사도광산 추도식' 논란에 대해 "해방 이후 최악의 외교 참사"라며 "정부의 처참한 외교로 사도광산 추도식이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 추모가 아니라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축하 행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1500여 명의 조선인 강제노동은 사라져버린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최악의 외교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동안 참 많이 퍼주었다. 독도도 역사도 위안부도 강제동원도 퍼주고 군사협력도 퍼주었다. 이런 저자세 퍼주기 외교 결과가 바로 사도광산 추도식 참사"라고 했다.
'사도광산 추모식'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일 협력 강화'를 자평해온 외교 당국의 안일한 자세가 일본의 오만한 태도를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모처럼 조성된 한일 우호 분위기를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도광산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진정 어린 추모를 포함해 과거 식민 통치 역사에 대한 분명한 속죄와 반성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기본 전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일 양국의 민감한 현안임에도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못한 게 유감스럽다"며 "이런 결과가 우리 외교당국의 안일한 태도 때문 아니었는지 겸허한 반성과 점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자체적인 추도식 개최 결정과 관련해서는 "한·일 양국 간에 과거사 문제에 관해 일본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사도광산 추도식'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외교라인 문책을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의 사기극에 또 기만 당하고 뒤통수를 맞았다"며 "이럴거면 윤석열 정부는 뭘 믿고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해준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강제징용 제3자 배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사도광산 등 우리는 일본이 원하는대로 다 내줬는데, 일본은 우리에게 대체 무엇을 해줬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이 당한 모욕에 대해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하고, 외교부 장관 등 정부의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모든 노동자를 추도하는 행사를 매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은 명칭과 참석자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일본 정부 차관급 인사가 24일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여한 게 화근이 됐다. 결국 올해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 유가족과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관련해 일본 정부는 '사과' 대신 이번 추도식에 한국 정부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 측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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