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소문만 믿고 판단할 수는 없었기에 계속 소개를 진행했다.
다음에는 모방송사 아나운서를 소개했다. 그녀 본인도 재원이지만, 명문가 출신 부모님, 아버지는 의사인 좋은 가정환경이었다.
서로에게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고, 남녀는 좋은 감정으로 몇 번의 만남을 가졌다. 짝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을 잊었을 무렵이었다. 여성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 어떤 사람인가요?”
“아버님, 무슴 말씀이신지..”
“성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들었고, 딸애도 좋은 감정인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알고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뭐 걱정되시는 게 있나요?”
“결혼 얘기가 슬슬 나오니까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생기네요.”
“당연합니다. 뭐든 말씀해보세요.”
아버님이 보기에 그 남성은 낭비벽이 있고, 허황된 것 같다는 것이다. 한 예로 외제차를 두세대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자기가 무슨 재벌도 아니고, 돈 좀 번다고 그런 식으로 쓰느냐는 것이다.
딸의 행복한 결혼을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고, 걱정하실 만했다. 나는 공감하면서도 두 사람을 믿고 지켜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솔직히 두 사람이 맺어져서 그가 약속한 성과금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걱정을 하면서도 일단은 나를 믿고, 딸의 판단을 믿어보겠다고 했다.
얼마 후 소식이 궁금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뭐,, 그럭저럭..”하는 식으로 얼어무린다. 그녀랑 잘되고 있는 눈치인데, 분명하게 말을 안하는 것이다. 성과금을 안주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 같았다.
“나는 절대 잊지 않는다”고 선언을 하듯 가끔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마다 “지금 바쁩니다.”, “외근 중입니다..”, 결국은 “결혼하면 연락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누가 이기느냐는 식의 줄다리기 같지만, 이것은 명백하게 받기로 한 것 받고, 주기로 한 것 주는 약속 이행의 문제이다.
돈도 돈이지만, 인생 중대사인 결혼을 위해 중매를 의뢰하면서 “잘되면 얼마인들 못주겠냐?”는 식으로 매달리다가 잘되니까 나를 빚쟁이 취급하면서 안면몰수 하는 걸 보면서 내가 좋은 생각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암묵적인 합의도 엄연히 약속이고, 신의성실로 중매를 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못내 씁쓸함이 밀려온다.
이런 것이 이 일을 하는 애환인 것 같아서 하소연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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