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탈출

이해왕

선교사

  • 비영리단체 한인중독증회복 선교센터 센터장
  • 미주한국일보 오피니언 기고

종교와 중독증 치유

이해왕  |  등록일: 06.23.2011  |  조회수: 4175

우리들은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거나 중독문제로 고통을 받게 되면 흔히 신앙심에만 매어 달리려는 경향을 보이며 일부 목회자들도 신앙심으로만 질병이나 어려움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말들을 한다.

물론 바이블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회복책자" 이며, 하나님은 회복과정에서 우리들을 돌봐주시고 신비한 영적체험을 회복선물로 주시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들이 문제해소나 치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가능한 먼저 하는 용기를 내어 솔선수범을 보이면서 신앙성장을 병행해야 좋다.

▶ 성경시대의 난치병 환자와 중독자의 다른 점

중독증과 혈우병은 치유되기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경시대의 문둥병이나 혈우병 환자들은 모두가 낫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에 비해서 오늘날 중독자들은 한 사람도 낫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만약 중독자들이 일반 주요 질병의 경우와 같이 낫기를 염원한다면 자진해서 주위 종교기관이나 치유기관을 찾아가서 중독초기부터 회복치유를 받을 것이다. 평소부터 성경말씀을 마음으로 읽거나 10계명 중에 한 가지만 생활에 적용해도 중독으로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중독자들은 가족들의 "이대로는 더 이상 못산다!"는 최후통첩이나 중독결과들로 건강과 가정경제가 다 망가진 가정파탄 직전에서야 겨우 가족들의 요구를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시늉을 한다. 이때 가족들은 교회에 열심히 나가며 치유기관에도 다녀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지만, 중독자는 우선 교회만 나가겠다는 약속을 해서 가족들도 중독자의 그런 선택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통례이다.

하지만 중독증의 특징 중에 하나가 신앙심을 멀리하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족은 물론 중독자 본인 자신도 알지 못해서 문제이다. 어떤 도박자는 도박장으로 가는 차안에서 이번만은 꼭 따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결국 매번 돈을 다 잃는 바람에 하나님이 나를 돌봐주지 않는다는 생각과 자신은 이미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들을 너무나 많이 했다는 죄의식으로 하나님을 멀리하는 마음을 갖기가 쉬워 먼저 중독 병에서 치유되지 않고는 진심으로 믿음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 가족들의 신앙성장과 좌절의 양면

내 가정에 중독문제가 있게 되면 우선 가족들은 자신의 종교에 처절히 매어 달리게 마련이다. 이때 가족들의 신앙심이 성장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중독자의 거짓말과 중독행위가 반복되어 상황이 아주 악화되어서야 수치심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목회자에게 내 가정 문제를 알리며 특별기도나 신앙상담을 부탁하기에 이른다.

또 어떤 가족들은 수년간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내가정의 중독문제를 비밀로 숨겨왔지만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혼자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져서 누가 물어보지도 않는데도 마구 내 자녀가 또는 내 배우자가 중독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서적 고갈로 기진맥진해서이다.

이렇게 중독이 장기화되면서 다니던 교회에서도 내가정의 중독문제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버린 데서 오는 수치심과 더 치유은사가 있다는 뜨거운 교회를 찾아가려는 심리가 맞물려서 중독자 가족들은 자주 교회를 옮기는 현상까지 보인다.

▶ 전문회복과 신앙성장 병행의 중요성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중독행위 이전 또는 그 이후부터 생겼든 중독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내면적인 문제가 더 악화되므로 치유상담이나 중독자 회복모임, 또는 의료치료 등을 통해 내적인 문제들을 치유하면서 회복된 마음을 신앙심으로 감싸주어야만 한다.

만약 중독행위로 생긴 내적인 문제들을 그냥 신앙심으로만 감싼다면 중독자의 신앙심이 약해 질 때는 내적인 문제들이 다시 고개를 들어서 재발위험이 많다.

요즘 교회자체 내에서 신앙상담과 중독증 치유모임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교회들이 있다. 어느 대형교회에서는 의도적으로 중독문제가 있는 가정들을 같은 구역으로 만들어 주어봤어도 정작 문제가 있는 가정은 그 구역으로 가기를 기피하는 바람에 별로 효과가 없었다.

더러 교회나 성당에서 회복모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회복모임 참석자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서 참석이 어렵다. 교회가 회복모임을 실시하더라도 교회건물이 아닌 타 장소에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신 성전이고 일반 병원이나 상담기관도 역시 하나님 백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의료 및 전문 치유기관으로 보고 목회자들은 중독문제 가족들을 외부 중독치유프로그램 으로 “의뢰(Referral)” 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에서 중독자들을 전문 회복 기관으로 의뢰하면 자연 치유율도 높아질 것이고 결국 회복 과정에서 영적회복의 필요성을 더 깨닫게 되어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잘 것이며 교회를 옮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 중독자와 가족들의 입장에서 치유 사역을 해야

우리들은 이성적인 설득이 전혀 통하지 않고, 하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정말 인간적인 지혜만으로는 고치기 힘든 “중독증(Addiction)”과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인간이지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치료들을 먼저 하는 용기를 가지면서, 기도와 신앙성장으로 위대한 힘께 간구 할 때에 하나님께서도 더 잘 치유해 주실 것이다.

이시대의 마지막 사역은 중독증 치유 사역이라고 말할 만큼 중독가정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라도 내 종교나 내 기관을 나타내기 위한 사역위주가 아니라 진정 중독자와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서 그들이 더 치유될 수 있는 중독증 치유사역을 퍼나가야 할 때이다.

전체: 369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