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탈출

이해왕

선교사

  • 비영리단체 한인중독증회복 선교센터 센터장
  • 미주한국일보 오피니언 기고

도박자의 공금유용 문제와 그 대처방법

이해왕  |  등록일: 06.23.2011  |  조회수: 6019

교육고하를 막론하고 도박중독자들의 평균 IQ는 120 이상이라 워낙 머리가 좋은데다가 성취의욕과 에너지도 풍부해서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열심을 다하는 성품이라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는 훌륭한 가족이고 총망 받는 직장인 이었다.

가정에 자녀나 배우자가 도박에 빠지면 돈이 없어야 도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족들은 도박자가 돈을 구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차단하는데 온힘을 다 하게 마련이다.

미혼 자녀가 도박을 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크레디트 카드 부채를 도맡아 관리하거나 파산신청을 서둘러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게 고의로 크레디트를 망가트려도 보지만 가족의 이런 방법들은 별로 효과가 없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부모가 자녀의 재정문제를 대신 관리해 줄 때에 도박으로 망가진 자신의 부채문제를 뼈저리게 반성할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되어 자녀의 도박행위는 더욱 심해져 버린다.

도박자 남편을 둔 아내들은 생활비와 수표책이 든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니며 수시로 내용물을 확인하고 잠을 잘 때도 가방 끈을 붙잡고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몇 번이나 남편이 아내의 수표책 중간에서 몰래 수표 몇 장을 가져다가 도박을 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 중에는 아빠가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자신의 돼지저금통을 안고 전전 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빠가 저금통 밑을 뚫고 모아둔 돈을 몽땅 가져갔던 적이 있어서이다.

도박자는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도 도박을 중단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들의 감시와 남은 재산보호 대처수단들을 마치 자신에 대한 불신이나 스트레스로만 여겨서 이를 더 도박할 구실로만 삼는다.

이렇게 크레디트가 망가져서 더 이상 돈을 빌릴 수도 없고, 가족들의 경계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도박자는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회사 공금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사실 도박자가 공금을 처음 유용했을 때에 가족과 직장상사의 대처가 더 큰 문제이다. 가족들은 그나마 받던 봉급을 타오지 못하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게 되어 유용한 공금을 무조건 해결해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여서 회사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전에 가족들이 먼저 빨리 갚아주며, 직장상사는 일단 돈을 되찾았으니 다행으로 생각을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만 여기고 넘어가서 정작 도박 병은 치유되지 못해서 공금유용은 더욱 심해진다.

실제로 도박 빚으로 위급해진 가정을 돕기 위해서 같은 교인들이 급히 계를 조직해 1 번을 도박가정에서 타게 해서 급한 빚을 갚도록 도운 경우도 있다. 어느 회사에서는 아내에게 앞으로 남편이 또다시 공금을 유용하면 대신 책임을 진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고용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노동법상 가능한 일인지가 의문이다.

도박자들은 공금유용으로 한두 번 직장에서 해고되고 나면 다시는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당장 얼마간의 돈을 구할 수 있는 곳이면 아무데나 취직을 하며, 설상가상으로 가족들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서 임금이 적어도 출퇴근 시에 도박장 앞을 지나다닐 수 있는 직장이나 밖으로 나가 돌아다닐 수 있는 외근 업종을 선호한다.

가게에 취직을 한 경우에 처음 몇 주는 업주가 믿게끔 일을 잘 해서 신임을 얻은 다음에 매상을 빼내서 도박을 하러다닌다. 어쩌다가 주인이 눈치를 채면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온갖 눈물어린 쇼로 안심시킨 다음 혼자 근무하는 시간에 아예 가게 돈을 몽땅 들고 가게 문도 잠그지 않은 체 도박장으로 달려가서 이중으로 피해를 당한 업주도 있다.

공금 유용의 원인은 병적인 도박에 있으므로 처음 공금유용 시부터 업주와 가족들이 도박자를 회복으로 안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금으로 도박을 할 정도이면 가족들의 최후통첩이나 애원으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중증환자 이다. 그래서 공금유용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 회사 인사 책임자는 도박자를 회복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고용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치유기관으로 안내하면 회사에 고급인력도 유지하는 동시에 그 가정도 살릴 수 있는 이중 효과가 있다.

중독도박자의 47%가 공금을 유용한다. 도박으로 인한 공금유용 문제를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규모 업주나 대기업 간부들이 중독도박의 병적인 면과 회복치료의 중요성을 이해해서 해고조치보다는 회복치료로 안내 할 수 있어야하며, 1년에 한번정도는 전 직원들에게 도박중독의 위험을 알리는 강연이나 설명회를 회사 내에서 개최하는 것이 종업원들의 도박중독을 예방하고 공금유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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