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쯤으로 기억하는데, 천억대 자산가가 데릴사위를 찾는다는 공개구혼을 해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분당에 살던 분이 30대 외동딸의 배우자를 찾고 있었는데, 사업체와 부동산, 그리고 현금 등 순자산이 천억이 넘었다. 이 분의 자산관리를 했던 은행 지점장 출신의 커플매니저를 통해 의뢰가 들어왔다.
이 공개구혼이 홈페이지에 올라오자마자 전국에서 남성들의 신청이 쇄도했다. 천명이 넘었다. 남성들의 직업은 의사, 판검사, 변호사, 회계사, 대학교수 등 전문직이 총망라되었고, 부모님보다는 당사자의 신청이 훨씬 많았다.
공개구혼 결과, 딸이 만난 남성은 의사였다. 두 사람은 결혼해서 두 자녀를 낳고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혼현장에서는 세상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몇십년 전에 예상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들, 딸 나아가 남녀의 구별이 없어지면서 남성 중심으로 결혼이 이뤄지던 시대에서 이제는 여성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남성의 이성상은 직업이 없는 현모양처가 많았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어졌다.
지금은 여성 스스로 능력을 갖췄고, 자녀가 적다 보니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것도 많고, 사랑도 많이 받는다. 과거에는 남성의 경제력 위주로 만남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경제력은 당연하고, 느낌이 좋아야 여성들이 만남을 수락한다.
최근에 1천억대 자산가의 외아들이 맞선을 의뢰했다. 남성은 키가 180cm가 넘고 잘 생겼으며 해외 유학을 했다.
아버지가 원하는 며느리 조건은 사회적 성취를 이룬 똑똑한 전문직 여성이었고, 아들은 인상이 적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성을 원했다.
이들 부자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여성들을 소개했는데, 만남 결과는 의외였다. 아들이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들이 호감을 가지면 여성들이 퇴짜를 놓는 경우도 많았다.
아들이 만난 여성들은 남성들의 구애를 많이 받는 퀸카들이었다. 이 여성들 역시 아들에 준하는 최고의 남성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아쉬울 게 없었던 것이다.
본인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실제 만남이 뜻대로 잘 안되자 아들은 기가 많이 꺾였다. 아버지도 당혹스러웠던지 이내 생각을 바꿨다. “전문직 아니어도 괜찮아요. 아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찾아주세요”라며 며느리에 대한 욕심을 접었다.
그래서 전문직은 아니지만, 탄탄한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인상이 좋고 집안이 좋은 여성을 소개했다.
거기에 성격도 원만하고 싹싹해서 아들 마음에 쏙 들었다. 두 사람은 상견례까지 마친 상태다.
옛날에는 아들 정도 되면 여성들이 선망하는 배우자였지만, 이제는 이런 조건도 여성들이 거절한다.
이 시대의 배우자 만남은 자존감이 중요하며, 특히 여성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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